세월은 간다
꽃이 핀다
벌 나비 날아든다
자연의 섭리
섭리가 꼭 도리에 맞는 것은 아니렸다
아니 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여?
섭리가 도리가 아니라니?
콩 심은데 콩
팥 심은데 팥이 나는 것은
세 살배기 어린애도
다 아는 섭리
차라리 점잖은
정경부인이
장침을 집어 던지더라고
흰소리를 해라.
어허, 근데, 이 울음이 심상치 않네. 어!
어이쿠 아이고 저, 저저 아직 기운 팔팔하시네.
끓어오르는 분노는 부처님
가운데 토막도 못이기는 법이지.
암,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목탁탁탁
매끈매끈 반들반들한
옆집 팥씨가 콩밭에 떨어져
얼크러지고 설크러졌는데
북촌 양반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술에도 취하고
권세에도 취해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쯧쯧, 아주 한쪽 다릴 들지.
뭘 배우고 뭘 익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기쁘지 아니한가?
하얀 박꽃 꿀 빨던 박각시도
제 목숨 다해 왔던 곳으로 돌아가고 다시,
봄은 찾아왔건만
아니 근데 왜 싹이 안나?
쥐 눈이 콩, 병아리 콩, 호랑이 콩
완두 콩 강낭콩 메주콩 콩 콩 콩!
도대체 무슨 콩을 심었기에 싹이 안 나?
무슨 콩은 무슨 콩
수삼 년 묵어 말라비틀어져 씨눈 떨어지고
속이 텅 빈 썩은 콩을 심었지.
아, 그런데 싹이 났네.
싹이 나면 안 되는데 싹이 났다 이 말이잖아
그럼 일이 제대로 잘된 거 아녀?
1편부터 본 거 맞아?
자다 봉창 두드리지 말고
다시, 정주행
그 싹이 그 싹이 아니란 말이여.
아니, 그 싹이 그 싹이 아님 아주 싹수가 노랗구먼.
이것은 도리의 문제야. 어쩔 수 없는 것은 섭리잖아
그럼 도리라도 지켜야지.
도리도리 도리도리는?
도리도리는 뭐?
뭐긴 뭐여 개 물어갔다고. 월월월
아이고,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양반 되긴 글렀다.
참말로 부끄럼도 없지?
어이구 저저저 그 얼굴을 빤히 쳐다보냐?
왜 이려, 사위 사랑은 장모라잖아
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 편
팔은 안으로 굽으니 어울렁더울렁
끼리끼리 유유상종(類類相從)
점잖다 양반님네
개잘량 양에 개다리 소반 반
그 씨가 콩씨가 아니라 팥씨일 수도 있으니
교양 있게 호박씨 까며 속으로는 천불 난다.
그렇게 공들여 쉬쉬했건만
여기저기서 소곤소곤
쑤군쑤군 쑥떡쑥떡 이러쿵저러쿵
북촌 마나님들
찰진 입방아 덕분에
알 만한 사람 다 아는데 대감마님은 모르겠지?
모를 거야 모르니까 저러겠지.
안다면 사람이 저럴 수 있나?
어허, 이 사람 자네 아직도 북촌 양반을 모르네.
알고도 모르는 척!
아이고, 광대보다 한 수 위 재주꾼들
여기 죄다 모여 앉아계시니
나는 주눅 들어서 목청 내려앉았소.
오늘은 이만하고 난 저 남촌으로 갈라요.
실은 다리 후들거리고 오금 저려 도망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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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genie
Romanised by JHni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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