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섯 살 때
그림책 속의
늑대가 무서워서
이불 속에
숨어서 고개만
겨우 내밀고 책을 넘겼어
또 일곱 살 땐
저 바닷속의
상어가 무서워서
수영장에 가면 물속에 있을까 봐
발밑을 확인했었고
그래
아홉 살 땐
tv 속의
큰 호랑이가
열두 살 땐
유난히
어두웠던 골목길과
길거리에 서 있던
동네 형들까지
그 땐 그게 무서웠는데
문득
늑대도
상어도
전부 다
지금의 나한텐
별 거 아니잖아
그럼 어쩌면 지금의 나를 괴롭히는
이 감정들도 다 전부 언젠가는
내가 중학생 땐
점심시간 학교 복도에서 마주치면 날
이따 밥 다 먹은 다음 식당 뒤로
혼자 나오라던 선배들이
고등학교 땐
친구들이랑 농구하다가
시간이 얼마나 갔는지 몰라
너 지금 어디냐 학원에서 걸려 온 전화가
그렇게 무서웠는데
누군가의 시선
이별의 슬픔
늦었다는 조급함
잔고의 압박
난 지금 대체 어디를 찾아가고있는 걸까라는
두꺼운 불안감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의문
나는 여기 혼자라는 두려움
안 보이는 미래에 대한 걱정
엄마 아빠에 대한 미안함
아픔 막연함 분노 우울 자책 원망 집착 후회
미련 한숨 눈물 떨림 압박 공포 불쾌함 혐오 낙담
앙심 소외 실망 괴로움 시기 질투 상처 외로움 비난
날 괴롭히는 이 모든 것들 사이
문득
선배도
학원도
전부다
지금의 나한텐 별거 아니잖아
그럼 어쩜 지금의 나를 괴롭히는
이 감정들도 다 전부 언젠가는
엄마 아마도 난
거인인가 봐
비가 내리고 나를 또 적신대도
잠겨 죽이진 못할 거야
엄마 아마도 난
거인인가 봐
비가 내리고 나를 또 적신대도
잠겨 죽이진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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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genie
Romanised by JHni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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