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복을 두고 왔는지
시작부터 뛰고 있잖아
구령대를 지났을 쯤에
뭐가 그리 웃겼던 걸까
저 멀리서 소리치잖아
두 바퀴 더 뛰라고 말야
소독차 구름을 쫓아 뛰어가던 때도
여덟 시 반 버스 잡다 넘어지던 때도
해변 위로 쓰러지던 열아홉 이듬해까지
누가 가져간 지 흔적도 안 보여
나를 잔뜩 훔쳐 갔던 건
교복과 빈 듯 무거운 지갑
어두운 밤에 혼자인 집과
슬픈 노래까지도
수도 없이 접질렸나 봐
걸음부터 이상하잖아
비틀비틀 휘청이다가
삐끗삐끗 쓰러지면서
이 악물고 기어 왔나 봐
내 발목은 가여웠잖아
원망하고 헷갈리던 나의 아빠들과
노래보다 자주 듣던 엄마 울음소리
밤만 되면 표류하는 궂은 기억까지
모두 남김없이 훔쳐 갔으면 좋겠어.
나를 자꾸 잡고 넘어트린 건
진한 피와 다정해진 오월
나는 죽은 듯이 살아갈 때도
매일 살고 싶어 죽겠단 말야
나를 잔뜩 훔쳐 갔던 건
교복과 빈 듯 무거운 지갑
어두운 밤에 혼자인 집과
바람 많이 불던 옥상까지
------
Source: genie
Romanised by JHnimm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