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의동에서 레코딩할 때의 일이다.
만나던 사람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늦게까지 레코딩이 있었고,
레코딩이 끝나면 또 으레 술을 마셨다.
어느 날엔가는 누구와 마셨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고,
어쨌건 어쩌다 보니 혼자 남게 되었다.
흥청망청한 사람들 사이를 걷고 있는데,
멀리 L형이 보였다.
L형, 하고 크게 불렀다.
L형이 돌아보더니,
나를 발견하고선 함박웃음을 지으며 뛰어왔다.
우리는 길에서 얼싸안았다.
형, 뭐 하고 있었어요.
나, 술 마셨지.
그럼, 형, 우리 딱 한 잔만 더 할까요?
좋지, 좋지.
우리는 어느 허름한 LP 바에 들어갔다.
L형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다.
나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사는 얘기, 돈 얘기, 사람 얘기, 정치 얘기.
어느새 만취한 나는 혀가 다 풀린 채 형에게 물었다.
형, 형은 사랑이 뭔지 알아요?
사랑, 모르지.
형은 나이가 오십이 넘었는데 아직도 그걸 몰라요?
야, 내가 그걸 알면 지금 이렇게 살고 있겠니.
하고선 껄껄껄 웃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하하, 호호호,
히히히, 껄껄껄 웃는 것이었다.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나는 많이 변했다.
아쉬워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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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genie
Romanised by JHni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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